120여 년 전 탄생한 자동차는 인간을 치타보다도 빨리 달릴 수 있는 영장류로 만들어줬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대표적인 것이 인명 사고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한해 약 124만 명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인간을 위한다는 기술이 인간을 로드 킬의 희생물로 만든 셈이다. 하지만 변수도 있다. 운전자의 조작 없이 자동차 스스로 주행 환경을 인식해 목표지점까지 운행하는 자동운전 자동차(Self-Driving Car)다. 교통사고의 수가 현재의 90%까지 줄어들 것이란 것이 과학계의 예상이다.

똑똑한 자동운전 자동차, 어디까지 왔니?
자동운전 자동차 개발의 선두주자는 구글이다. 2010년 10월 구글은 자동운전 자동차의 첫 모델인 구글카를 세상에 공개하는 깜짝쇼를 펼쳤다. 공개 당시 이미 14만 마일(22만 5,000㎞)을 운행했다고 밝힌 만큼 이미 몇 년 전부터 비밀리에 개발을 진행해왔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현재까지 구글카는 약 60만 마일(96만 5,000㎞)의 무사고 운행 기록을 세운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두 차례 정도 사고가 있었지만 모두 구글카 자체결함이 아니라는 점이 밝혀지면서 무사고 기록은 현재 진행형이다. 한 건은 사람이 직접 차를 몰았을 때, 나머지는 후진 차량이 구글카를 들이 받았을 때 일어난 사고였다. 구글은 2012년 3월 유튜브를 통해 또 한 번의 깜짝쇼를 보였다. 첫 번째 구글카 이용자를 시각장애인인 스티브 마한으로 정해 현재 기술만으로 구글카가 얼마나 안전하게 일반 도로를 달릴 수 있는지는 보여준 것이다. 집을 나와 가게에 들러 식료품을 사고 세탁소에서 세탁물을 찾아오는 일련의 과정에서 마한은 핸들을 조작하지도, 제동장치나 액셀러레이터에 발을 얹어 놓지도 않았다. 그저 운전석에 앉아 타코를 먹으면서 다음 목적지가 어딘지를 정하는 것만이 그가 하는 전부였다. 면허증이 필요 없는 운전자 시대가 곧 열린다는 점에 사람들은 감탄했다. 구글은 불과 2년 뒤인 2016년에는 실제 모든 도로에 적용 가능한 무인자동차 시스템을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적극적 공략보다 조심스런 접근 택한 자동차업계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도 분주하다. 2010년 도시형 전기자동차 EV-V를 발표한 제네럴 모터스(GM)는 2015년까지 일반 소비자를 위한 부분 자동운전 자동차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GM은 2020년까지는 완전 자동운전 자동차를 출시한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밝혔다. 폭스바겐 그룹도 실리콘밸리에 연구실을 세우고 스탠퍼드 대학과 공동연구를 진행중이다. 연구소가 만든 무인 자동차는 지난 2010년 산악도로 경주가 열리는 로키산맥 파이크스 피크(Pikes Peak) 19.87㎞ 구간을 27분 만에 완주했다. 참고로 죽음의 코스라 불리는 이곳은 레이서급 운전자도 완주에 17분이 걸린다. 폭스바겐의 자회사 아우디는 2012년 시속 60㎞로 주행 할 수 있는 자동운전 시스템을 개발했고, 조만간 최고급 모델에 해당 장치를 장착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최근 애플과 손잡은 BMW는 2011년부터 고속도로 주행에 중점을 둔 자동운전 시스템을 연구 중이다.

그런데 이들 자동차업계의 연구는 구글이 지향하는 바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비교적 개발 속도가 더딘 데다 완전 자동운전 자동차보다는 부분 자동운전 자동차 개발에 무게중심이 쏠려 있다. 왜 그럴까. 이유는 간단하다. 자동차업계로서는 단기간에 자동운전 자동차를 개발해 세상에 내놓는 것 자체가 ‘제 살 깎아 먹기’란 판단에서다. 업계 간 지나친 속도경쟁을 벌여 너무 급하게 양산모델이 나온다면 자칫 기존의 자동차 사업 수익에도 부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 오히려 자동운전 자동차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새 기술을 신제품에 하나둘씩 도입해 장기적으로 시장 수요를 창출하는 것이 이익일 수 있다. 속내는 최근 출시되는 신차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자동차업계는 저마다 개발한 충돌예방시스템, 차선유지 보조시스템, 교통정체 보조시스템, 자동주차 보조시스템 등을 차례로 신차에 장착 중이다.


또 다른 이유는 법적 책임 문제에서 찾을 수 있다. 자동운전 자동차 는 단지 혁명적인 신기술이라는 기술적 차원을 넘어 자동차의 통제권을인간에서 컴퓨터로 넘겨준다는 법적인 문제가 존재한다. 자동차 사양에 따라 운전면허가 없는 사람이나 아예 운전면허를 딸 수 없는 사람(앞서 언급한 시각장애인 스티브 마한이 대표적)도 운전석에 앉을 수 있는 시 대가 열리는 것이다. 자동차 회사들의 걱정은 여기에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 이른바 완전 자동운전 모드에서 차 사고가 난다면 책임은 운전자가 아닌 자동차를 만든 회사의 몫으로 고스란히 돌아갈 수 있다. 결국 이런면 등을 종합해볼 때 자동차업계 입장으로는 급해야 좋을 것 없다는 결론에 이른 듯하다.

 


자동운전 기술 개발, 우리도 분발해야 할 때
그럼에도 자동운전 자동차의 등장이 머나먼 미래 일이라고 보는 이는 없다. 모든 첨단기술이 그렇듯 한번 소비자의 품에 들어와 익숙해지면 첨단제품이 퍼져 나가는 것은 순식간이다. 미국의 시장조사 전문업체인 내비건트 리서치(Navigant Research)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무인 자동차가 세상에 나오는 시기를 2020년으로 예상했다. 불과 6년 뒤다. 도입 첫해는 8,000대 수준이겠지만 이후 판매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세계 3대 시장(북미, 서유럽, 아시아태평양)을 기준으로 연평균 성장률이 85%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15년 뒤인 2035년 판매량은 9,54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는 그해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5톤 이하 경량급 차량 (승용차 포함)의 75%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제 우리 이야기를 좀 해볼까. 남의 이야기 하다 다시 현실로 돌아오면 답답하기만 하다. 국내 자동차 회사나 IT업계 이야기는 차치해 두더라도 우리는 자동차 법규부터 앞을 가로막고 있다. 미국은 현재 12개 주가 자율주행 차량 관련 법을 제정했거나 심사 중이지만 국내에서는 자율주행 자동차의 일반주행은 불법이다. 경쟁국들은 운전석에서 졸아도 죽지 않은 기술을 개발코자 한창인 상황에서 우리는 아직도 책상 앞에 앉아 졸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노파심을 거둘 수 없다​.

 

 

Posted by bogus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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