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귀로만 들어야 했던 몇 년 전과는 달리 이제 다양한 콘서트와 내한 공연, 그리고 축제들을 통해 눈과 귀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서울이 되었다.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서울이 재즈를 즐기게 된 것은 1960년대부터. 미군 부대에서 공연을 하던 미국의 재즈 밴드들이 들어오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서울 내 재즈 클럽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야누스는 1978년에 오픈했고 지금도 사장님이자 재즈 보컬인 박성연 대표가 전설적인 한국 재즈거장들과 함께 공연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편안하고 굳이 격식을 차리지 않아도 되는 음악 장르로 사랑받았지만 청담동과 호텔 내의 바들이 재즈에 관심을 두면서부터 분위기는 조금씩 달라졌다. 재즈는 음악의 한 장르라기보단 문화적인 경험이 되었고 격식을 차리고 좋은 와인이나 음료와 함께 해야하는 다소 비싼 음악이 되어버렸다.
보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재즈 음악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한껏 분위기를 살릴 수 있는 재즈바 5곳을 소개한다.
All That Jazz
All That Jazz: 재즈바의 시초. 보다 넓은 공간에서 재즈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서울에서 재즈하면 이태원, 이태원에서 재즈하면 올댓재즈. 1976년에 오픈했고 색소포니스트 정성조와 드러머 류복성 같은 한국 최고의 재즈 아티스트들을 탄생시켰다.
"우리와 처음부터 공연했던 정성조 선생님은 이번 달에 미국으로 가시지만, 류 선생님은 매주 토요일 저희와 함께 공연하실 겁니다," 음악 프로듀서이자 올댓재즈의 홍보담당자인 진성철씨가 말했다.
예전 이태원의 메인 거리에 위치했던 올댓재즈는 얼마 전 해밀턴 호텔 뒤의 조금 더 넓고 스타일리쉬한 장소로 이사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이곳에서 단골들에게는 새로운 분위기를, 그리고 새로운 고객들에게는 진정한 서울 재즈의 맛을 보여주려고 한다.
데이트 장소로도 손색이 없지만 사실 이 곳은 정말 재즈를 듣고 싶어하는 사람에게 완벽한 곳이다. 바의 배경음악이 아닌 진정한 주인공으로서의 재즈를 만날 수 있다.
용산구 이태원동 112-4; 02 795 5701, 월요일-목요일 오후 6:30-오전 1:00, 금요일-일요일 오후 6:30-오전 2:00
가격대: 맥주 5,000원-8,000원,, 하우스와인 7,000원, 음식 15,000원-22,000원
공연시간: www.allthatjazz.kr
Soul to God
Soul to God: 훌륭한 재즈 밴드와 세련된 분위기를 함께 느끼고 싶다면 Soul to God.
이 목록에서는 가장 "격식있는" 곳으로 모던하면서도 편안한 분위기를 추구하고 있다. 재즈음악은 물론, 카리스마가 남다른 재즈 보컬까지 만날 수 있다.
바의 주인 이승환 씨는 무엇보다도 "실력뿐 아니라 대중적인 매력"까지 가지고 있는 밴드들을 소개하고 싶다고 한다. 한국뿐 아니라 유럽, 미국 그리고 일본에서 활동 중인 재즈 밴드들도 만날 수 있다. 지난 7월, 드러머 랄프 피터슨 주니어 (Ralph Peterson Jr.)와 피아니스트 데이빗 버크만 (David Berkman)이 공연했다.
Soul to God에서는 다양한 음료과 음식들도 제공하고 있다. 재즈를 즐기는 장소만이 아니라 다양한 모임이나 행사로도 적합한 장소이며 데이트 하기에도 안성맞춤. 날씨가 좋은 날에는 테라스석도 추천한다.
강남구 청담동 89-4 스타빌딩 3층; 02 544 0095, 매일 오후 5:00-오전 4:00
가격대: 칵테일 22,000원-28,000원, 음식 18,000원-39,000원
공연시간: www.soultogod.co.kr
Crazy Horse
Crazy Horse: 패션과 디저트로 유명한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재즈의 선율을 느껴보자.
신사동 가로수길하면 생각나는 것이 디저트와 패션뿐이라면 이 곳 Crazy Horse를 방문해보자.
가로수길 메인 거리에 위치한 바로 워싱턴 D.C.에 있었던 유명한 재즈바의 이름을 그대로 빌려왔다. 처음 들어설 때 지하 다락방같은 느낌이 들 수 있지만 좀 더 들어가면 세련되고 모던한 분위기의 재즈바를 발견할 수 있다.
기타리스트인 두 주인은 바에서 공연할 밴드를 직접 선정한다고 한다.
"최고의 밴드만을 모시기 위해 애쓰고 있어요. 오디션을 열어서 가장 특색있고 잘하는 밴드들을 선정하죠," Crazy Horse의 주인 김응숙 씨가 말했다.
일반적으로 공연은 무료지만 주말이나 특별한 공연 같은 경우에는 5,000원 정도의 관람비를 내야할 수도 있다. 주말이나 저녁에는 워낙 사람들로 붐비니 미리 예약을 하고 가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 듯.
신사동 546-6; 02 511 9436, 매일 오후 6:00-오전 2:00
가격대: 맥주 8,000원-12,000원, 칵테일 13,000원-14,000원
공연시간: www.crazyhorse.kr
Club Evans
Club Evans: 리코딩 스튜디오와 재즈 아카데미까지 운영하며 제대로 된 재즈를 전파하기 위해 애쓰는 홍대의 재즈바.
음악과 바를 논할 때 홍대가 빠지면 섭할 일. Club Evans는 전설적인 재즈 뮤지션 빌 에반스 (Bill Evans)의 이름을 땄다.
젊은이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은 곳으로 무대의 뒷 벽은 갈색 벽돌을 이용해 지그재그식으로 만들어 3차원적인 느낌을 안겨준다.
"사람을 확 당기는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공연에 푹 빠지게 됩니다," 캐나다에서 온 제니퍼 양 (Jennifer Yang)이 말했다.
아늑하긴 하지만 좁은 곳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고객들이 많아지는 주말이나 오후 타임에는 다소 불편해질 수도 있다. 홍대에서는 이미 유명한 곳으로 리코딩 스튜디오와 재즈 아카데미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홈페이지에 우리나라 재즈 아티스트에 대한 정보도 많이 있으니 미리 방문해보는 것도 추천한다.
마포구 상수동 407-8; 02 337 8361, 평일 오후 7:30-자정, 주말 오후 7:30-오전 2:00
가격대: 맥주 4,000원-12,000원, 칵테일 5,000원-7,000원
공연시간: 오후 9:00-자정
www.clubevans.com
Le Cle
Le Cle: 좁은 만큼 귀에 쏙쏙 들어오는 웅장한 재즈의 선율
"열쇠"라는 뜻의 Le Cle는 격식과는 다소 거리가 먼 바이다.
처음 딱 들어섰을 때는 좁은 느낌이 없지 않아 있지만 원목 가구들과 침침한 불빛들은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오래된 시계, 전화 그리고 빈티지한 인테리어 소품들이 마치 과거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까지 들게 한다.
인테리어가 최고가는 아닐지언정, 음악은 서울에서 둘째가라면 서럽다.
"퍼커셔니스트 고 김대환 선생님과 색소포니스트 강태환 선생님처럼 지금은 너무나도 잘 알려진 재즈 1세대 분들이 공연도 하셨었어요," 낮에는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는 바의 주인 이영원이 말했다. "이미 많이 알려진 기타리스트 정재열도 지난 10년 동안 매주 토요일 저희와 함께 연주하고 계세요."
Le Cle의 매력은 친밀감이다: 바로 눈앞에서 연주하는 재즈 밴드를 즐겨보자.
종로구 삼청동 95-2; 02 734 7752, 월요일-토요일 오전 6:00-오전 1:00, 일요일:오후 6:00-자정
가격대: 하우스 와인 한잔 8,000원, 파스타 8,000원-10,000원대, 칵테일 8,000원대
공연시간: 일요일-목요일 오후 8:30-오후 10:45, 금요일-토요일 오후 8:00-오후 10:45